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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20 여수국제미술제 '조은정 예술감독'

“제가 전시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역사에 대한 인식에 관여하는 것”
“역동적인 여수만의 공간과 분위기를 만들어 세계의 시선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2020-08-28(금) 11:41
사진=조은정 2020여수국제미술제 예술감독
[신동아방송=김기남 기자] 1. 10회를 맞는 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이 여수국제미술제로 명칭을 변경하고 새롭게 시작하는데요, 간략히 이번 여수국제미술제 특징을 말씀해 주시죠.

그동안 아홉 번이나 전시를 하신 그동안의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전시를 이루셨을 줄 압니다. 이번 여수국제미술제는 그동안 우리 중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에서 펼쳐지는 국제 전시회입니다.

여러 나라의 많은 전시가 취소되는 상황에서 여수국제미술제는 문을 엽니다. 따라서 전시의 의무감 같은 것도 있습니다. 그것은 외출이 자유롭지 못하고 그만큼 사고가 좁혀들 때, 미술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전시는 모두가 어려운 지점에서 만나는 것들,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들에 대해 사유하고 그것을 넘어서는 장에 이를 것입니다.

모든 것들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삶을 반추하고 내면을 들여다보는 작품을 통해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이 확장될 것입니다. 인간에 대면하면, 그 본질에 다가서면 좀더 이 시간을 견디는 게 힘이 덜 들지 않을까요?

세계 여러 나라의 삶이 별반 다르지 않구나, 우리 인간이라는 종이 이런 결점이 있구나, 이런 역사와 삶을 살았구나 인지하면서 반성하고 타자를 미워하고 혐오하고 구별짓는 태도에서 벗어나 진정 자유로워는 경험의 공간이 이번 전시에서 펼쳐질 것입니다.

2. 전시 주제를 해제 금기어로 정하셨는데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지구상 나의 삶과 관계없는 것은 없지요. 환경은 우리가 거주하는 조건이고 우리 사회는 관계와 생존을 위한 구조화를 지향한 규율이 작동하는 공간입니다.

규율은 도덕, 관습, 법, 정치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지요. 삶의 규칙은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와 같은 가장 오래된 진실 위에 구축됩니다. 그런데 때때로 진실로 위장한 거짓에 의해 흔들리기도 하는 것이 삶인 것 같습니다.

위장된 거짓은 진실의 존재에 대한 믿음조차 흔들리게 하지요. 사물이나 사건, 행위나 사람이 명명되지 못하고, 이름이 지어졌을 때조차 직접 지시하지 못하여 ‘그것’이 되는 것을 우리는 역사에서 또 이념의 문제에 걸려가며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금기어는 역으로 사람, 사회, 사건, 행위의 진실을 드러냅니다. 금기어는 진실에 대한 억압이지만 그래서 위장된 거짓을 드러내는 장치가 되는 것이죠. 금기어를 말할 수 있을 때, 그것은 더 이상 금기어가 아니게 되어 은폐된 비밀스런 힘을 상실합니다. ‘말’이란 함께할 사람들과 함께하였을 때 진정한 힘을 갖습니다.

금기, 타자, 혐오와 같은 것은 하나의 모습이 아니며 한 가지 이유에서 생성된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그 개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해제解題’란 부제를 달았습니다. 같은 사건은 자신의 처지에 따라 다르게 이해되고 해석됩니다.

개인사와 사회, 사건, 역사적 입장과 해석에 의해 동일한 상황이 얼마나 다르게 이해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도 예술의 일 중 하나입니다. 전시장에서 문득 우리의 무지와 대면함으로써 깨닫게 되는 거죠. 버려야 할 것, 넘어야 할 것이 참 많은데, 혐오나 금기를 버리면 우리 세상은 어떻게 될까 꿈꾸게 되죠.

사진=2020 여수국제미술제 해제금기어 공식포스터

3. 주제전 참여 작가 규모가 역대 최다로 알려졌는데요, 어떤가요.

그런가요? 사실 더 많은 작가분들과 함께 연구하고 작업하고 싶은 주제입니다. 다만 다른 나라로의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전시가 기획될 당시에는 우편조차 오갈 수 없는 상황이 많아서 해외 작가는 영상과 아주 일부의 작품만 참여할 수밖에 없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해외에서 활동하시는 작가분 중에는 이번 전시의 설치를 위하여 미리 입국하셔서 격리기간을 지내고, 여수로 와서 작업하시기도 했습니다. 이번 주제전에는 9개국 46팀의 작가가 참여합니다. 유화, 한국화, 조각, 설치, 사진, 판화, 퍼포먼스, 영상 등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주제를 가진 작품들입니다.

‘해제 금기어’라는 주제를 해석하며 작가들이 새로 제작한 작품 중에는 여수의 역사와 상처를 다룬 것들이 있습니다. 또 여성, 타자, 퀴어(Queer 성소수자), 난민, 환경파괴, 권력, 죽음, 병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운 주제들이 있습니다. 하나의 작품에 하나의 주제 혹은 여러 복합적인 문제들이 겹쳐져 있기도 합니다.

오롯이 관객의 해석에 의해 금기어는 드러나고 그렇게 여수의 전시장은 ‘점이지역’(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두 지역의 사이에서 인접한 두 지역의 특성이 모두 나타나는 지대)이 될 것입니다.

4. 특히 주목할 만한 작가들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죠.

국내 작가들은 그 분야의 최고 작가들의 작품을 이번 전시에서 보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주제’를 접한 많은 작가들이 새로운 작업을 선보이는 것은 감사한 일이지요. 감염증의 우리 시대, 그리고 여수에 대해 사유하고 작가적 발언을 담은 작품을 하고 싶어 하는 대다수의 작가분들을 보며, 여수라는 지역의 미적 특성 뿐만 아니라 역사적 전개 그리고 현재의 가치 등이 두루 평가받는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국작가들은 평양을 방문하여 사진으로 남긴 토마스 스투르스와 탈북작가 선무의 작품에서는 개관적인 타자의 시선과 통일을 염원하는 내부인의 시선이 부딪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캄보디아의 흐베이 삼낭, 일본의 후지이 히카루 작가는 여러 복잡한 설치와 다채널의 영상을 이번 전시를 위하여 재편집하고 다듬어서 다시 만들었습니다.

실라스 퐁 작가는 풍전등화 같은 자신의 조국 홍콩의 미래를 위한 기억 작업을 보이고요 정정엽, 정종미, 정직성 작가의 여성에 대한 시각, 조소희 작가의 세월호 사건 이후의 ‘봉숭아 기도’ 작업과 홍성담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원전문제를 조망하는 시선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박미화 작가는 작은 네모난 천에 이름을 수놓습니다. 602개의 수를 놓은 판이 벽에 부착되어 있습니다. 그 하나하나에는 전쟁중 돌아가신 분, 일하다가 좋지 않은 작업환경으로 어이없는 죽음을 맞은 하청노동자 그리고 여순 항쟁 당시 돌아가신 분들의 이름이 수 놓여 있습니다.

그저 희끄무레한 그 벽에 손에 든 핸드폰의 라이트를 켜면 이름이 드러납니다. 역사 속에서 그렇게 잠들어 있지만 우리가 빛을 비치는 한 그들의 이름은 기억될 것입니다. 소환되는 역사. 사람의 가치를 일깨우는 작업입니다.

신미경 작가의 작품은 비누로 되어 있습니다. 이번에 작가는 전시실에 작은 유적지 같은 장소를 만듭니다. 관객은 그곳을 둘러보다가 슬쩍 낙서를 할 수도 있습니다 비누라서 쓰윽 긁히거든요. 유적지에 괜스리 자신의 이름을 적거나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적는 낙서처럼 자신의 속마음, 금기어를 적음으로써 관객은 금기어에서 해방되는 카타르시스를 맛볼 것입니다.

최재훈의 총을 쏘아 만들어진 쇠판의 구멍들을 통해서는 폭력의 이름을, 하태범의 하얀 작은 판 속에 있는 실체들이 광고에 사용되는 빈민국 아이들의 구호를 위한 이미지라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언론의 감성팔이와 나의 양심 사이를 확인할 것입니다.

중국작가 리 빈유안의 어머니가 일하시는 공장에서의 경험, 마 리우밍의 성 정체성에 대한 작품과 최석운의 유머스런 작품에서 우리의 슬픈 일부를 만날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트리트 작가 뱅크시의 원본 작품 2점 그리고 그가 만든 영화 <선물가게를 지나야 출구> 영화가 상영됩니다.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할 질문을 유쾌하게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5. 여수국제미술제 향후 전망과 과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여수국제미술제는 여수라는 지역성에서 당연히 지속되고 규모가 확장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 전시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예산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작가들도 마음껏 전시개념을 펼치지 못한 한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행하고자 하는 마음과 노력일 것입니다. 여수는 아름답고, 박람회를 수행한 도시이기 때문에 이미 세계적인 도시입니다. 게다가 바다가 아름다우니, 한여름에 전시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역동적인 여수만의 공간과 분위기를 만들어 세계의 시선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여수의 자연을 마음껏 누리며 미의 전당을 방문하게 한다면 얼마나 멋진 일일까요? 시로서도 지속성 높은 문화콘텐츠가 될 것입니다.

대규모 전시는 경험과 자신감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여수는 이미 그러한 것을 갖춘 도시입니다, 작가의 자발적인 조직이 이렇게 큰 행사를 이끈다는 점만으로도 놀라운 일입니다. 국제도시로서의 여수라는 위상을, 천혜의 자연을 배경으로 도시 전역에서 맘껏 펼치는 세계적인 전시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사진=조은정 2020여수국제미술제 예술감독

6. 여성 예술감독은 이번이 세 번째인데요, 예술감독 수락 배경이 궁금합니다.

저를 포함하여 10분의 3이 여성 감독이었군요. 저는 개인적인 업무경험을 살펴보시면 알겠지만 제가 재미있는 일을 하며 삽니다. 재미란 제가 생각하는 가치와 의미를 포함한 개념입니다. 전시는 작가와 작품이라는 타자를 가상의 관객과 연결하는 역할자의 역할을 합니다.

너무나 확고하고 강한 이미지의 것들을 제 세계관을 재구성하여 가시화한 이 세상에 없는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는 일이죠. 제가 전시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역사에 대한 인식에 관여하는 것입니다. 진리를 만나고, 진실을 탐구하여 진정한 삶의 의미에 다가서는 일이죠.

여수국제미술제의 제의를 받았을 때 매우 흥분하였습니다. 여수의 역사와 미술을 만나게 하는 장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미술이란 맘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어서 훨씬 강하게 진실의 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7. 감독님은 그동안 한국미술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 오신 것으로 압니다. 대표적으로 어떤 일을 해 오셨나요.

저는 학자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있습니다. 인물미술사학회,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장 직을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미술사학자로서 미술과 사회의 관계, 역사적 동인이 미술에 반영되는 과정 등에 관심이 있습니다.

<<미술과 권력>> <<동상>> <<근대기 한 화가의 자화상, 고희동>> 같은 저서가 그러한 예에 속합니다. 물론 순수한 작품 감상도 좋아합니다. <<조각감상법>> <<류민자>> <<권진규>> 같은 책들이 그러한 예에 속할 것입니다.

미술비평가로서 현장에서는 동시대 미술의 진행과 역사적 평가에 관심이 깊습니다. 비평문을 통해 작가들과 함께하고 그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며 무언가 조금은 객관적인 시선을 가질 수 있는 제가 도움이 되면 좋겠단 생각으로 늘 작가 주변을 서성입니다.

최근에는 미술관 역사에 대한 글을 쓰며 국립현대미술관운영위원, 박수근미술관운영위원장, 성북구구립미술관 운영위원장 그리고 사립미술관 평가업무를 하면서 한국 미술관의 현재를 파악합니다. 교육과 문화의 장소로서 공공장소인 미술관이 어떻게 운영되고 21세기를 넘어서 지향해야 할 지점은 어디인지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다양한 아카이브 사업을 맡고 있습니다. 원해서는 아니었지만, 미술사학자로서, 비평가로서 업무가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를 구분해내는 잣대를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직업은 대학에서의 교육자입니다. 강연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진행하기도 하고요, 또 예전에 출판기획자였으므로 이에 대한 조언도 제 업무 중 하나입니다.

일 년에 한 번 정도 전시 기획을 합니다. 전시는 제가 알고 구상하는 세계를 가시화하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면밀히 준비하고 재미있게 진행하려고 합니다. 한 번 하면 시리즈로 하는 경향도 있고요. 지난 해에는 좀 전시가 많았네요.

솔거미술관의 우리나라 거장 4인의 <전통에 묻다>, 세종시 대통령기록관의 <세종대왕과 음악 국제전시회, 치화평>도 진행했고요, 가을에는 KIAF 특별전 <역사가 된 낭만>을 기획하였습니다. 또 연말에는 갤러리현대50주년 특별전 <인물, 사람 그리고 초상> 전을 공동으로 진행했습니다.

최근에는 미술계 사람들과 함께 우리가 사는 지구환경을 덜 망가뜨리고 사는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 실천하는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작가, 이론가, 기획자들이 모여 삶을 함께하는 것이니 진정한 예술행위라 생각합니다.
김기남 전남여수본부장 tkfkddl596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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